세계 바이오시밀러 매출의 90% 이상이 SC제형에서 발생한다.
SC제형을 사용하는 의약품의 원래 가격이 비싼게 크기도 하지만, IV제형보다는 SC제형이 더 선호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바이오시밀러 SC제형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세계에서 알테오젠이 유일하다.
하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바이오도, 알테오젠도 소외주에 불과하다.
플랫폼 하나만 잘 만들어도 돈 걱정 없이 사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바이오벤처 알테오젠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알테오젠은 올 상반기에만 백억 원 이상의 마일스톤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테오젠이 돈 걱정하지 않고, 연구개발과 사업을 지속하게 하는 기술은 바로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꾸는 히알루로니다아제 원천기술(Hybrozyme™) ‘ALT-B4’이다.
이 기술은 세계에서 단 두 곳만 지니고 있다. 미국의 할로자임(HALO.US)이 세계 최초로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고, 알테오젠이 두 번째로 피하주사 제형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했다.
알테오젠이 개발한 ALT-B4은 할로자임 사의 PH20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에 강하고, 면역반응은 덜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세포가 ALT-B4를 만들어내는 발현율이 높아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매출의 90% 이상은 SC 제형에서 일어난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앞으로 바이오시밀러를 만들려면 SC 제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IV를 SC로 바꾸려면 할로자임이나 알테오젠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할로자임은 독점 계약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할로자임과 계약하지 않는 회사는 알테오젠을 찾는다. 알테오젠이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플랫폼인 셈이다.
알테오젠은 이 기술로 총 6조 6,000억 원이 넘는 기술수출을 이뤄냈다. 규모가 큰 두건은 계약상 상대 회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2019년 1조 6,000억 원 계약은 사노피, 2020년 4조 7,000억 원 계약은 머크와 체결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21년 8월 인타스파마슈티컬스와 1,300억 원에, 지난해 말에는 산도스와 1,839억 원에 해당 기술에 관한 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박순재 대표는 LG화학에서 25년간 성장 호르몬, 인터페론, 적혈구 촉진인자, B형간염백신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허가를 주도했고, 국내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 ‘팩티브’의 글로벌 라이선싱을 이끌었다. 이후 한화그룹과 바이넥스를 거치며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연구개발 및 사업화에 있어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린다. 그랬던 그가 2008년 55살의 나이에 알테오젠을 창업한 건 우리나라 바이오의 운명은 벤처에 달렸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사업은 결국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확고한 철학을 지키기 위해 돈 되는 피하 주사용 바이오시밀러를 연구했고, 이 과정에서 10개월 만에 개발한 하이브로자임 기술로 대박을 터뜨렸다.
연구원 3명으로 시작한 작은 바이오텍에서 15년 만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이오벤처로 거듭난 알테오젠의 저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대전 알테오젠 본사에서 만난 박순재 대표는 원천기술의 힘은 물론, 시장을 보는 눈, 그리고 자립화를 강조했다.
[최수진] 잘 지내셨죠. 들어오면서 둘러보니까 직원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박순재] 알테오젠 직원이 130명 되고, 임상만 전담하는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에 15명이 근무합니다. 또 원료의약품을 생산·개발하는 세레스에프엔디에 50명이 있습니다.
[최수진] 임상을 전담하는 회사를 왜 따로 분리하셨습니까.
[박순재]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 1상을 한국에서 끝냈는데, 결과가 좋았어요. 3상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대략 1,500억 정도 드니까요. 그런데 포기하기에는 1상 결과가 너무 아까워서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알테오젠이 임상 3상까지 펀딩 받아서 하기에는 부담스러우니까 자회사인 알토스를 만들어 기술이전을 했습니다. 알토스는 3상만 해요. 알토스도 살아야 하니까 다른 임상 파이프라인도 만든 것이고요.
[최수진] 3상 진행을 후회하시지는 않으시죠?
[박순재] 4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하겠다고 쉽게 결정을 못했을 겁니다. 바이오시밀러를 벤처가 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최수진] 규모의 경제라서 그런가요?
[박순재] 그렇습니다. 바이오시밀러는 더 이상 한국에서 캐시카우 비즈니스는 아닙니다. 2009년이후 2~3년 전까지는 돈이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양극화됐어요. 화이자 같은 빅파마 아니면 인도나 중국이죠. 한국도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같은 대기업이 하고 있어 벤처가 낄 곳이 없습니다.
[최수진] 그럼 알테오젠을 창업하면서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순재] 처음부터 바이오시밀러를 한 건 아닙니다. 제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VC로부터 많은 돈을 투자받아서 사업하고 싶지 않았어요. 회사 설립 3년 차에 종근당 계열 CKD창업투자로부터 10억을 투자받은 것 외에는 남의 돈을 쓰지 않았죠. 우리가 벌어서 우리가 쓰려고 외국 회사에게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이전해주고 마일스톤을 받아서 신약 연구에 사용하게 됐습니다.
[최수진] 보통 벤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받아서 회사를 성장시킨다고 생각하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늦은 나이에 알테오젠을 설립하셨죠?
[박순재] 창업하기 전까지 LG화학(LG생명과학의 전신)에서 25년, 한화에서 3년 반, 그리고 바이넥스에서 1년 반을 근무했어요. 55살에 알테오젠을 창업했는데, 아마 제가 가장 늦은 나이에 바이오 회사를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옛날부터 꿈이 바이오벤처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바이오 업계의 발전은 벤처가 이끌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이나 전통 제약사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불가능하다고 봤어요. 벤처하고 죽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죠. 아내 정혜신 박사(한남대 생명시스템과학과 교수)와 알테오젠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최수진] 2008년 부인이신 정혜신 박사 덕분에 알테오젠을 설립했다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박순재] 맞습니다. 정혜신 박사가 개발한 기술이 넥스피(NexP)인데, 단백질을 몸속에 오래 머물게 하며 약효를 늘려주는 기술이에요. 이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처음에는 진짜 많이 힘들었어요. 아마 대전에서 가장 짠돌이 회사였을 겁니다. 5억 갖고 사업을 시작해서 엄청 아껴 썼어요. 연구원 3명으로 사무실에서 시작했는데, 창립 멤버인 이상미 씨는 아직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8년 전에 입사한 초창기 직원들은 연봉이 적었지만, 회사 주식으로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 벌었으니까 고생한 만큼 보상은 받지 않았나 싶어요. 한때 시총이 5조까지 갔으니까요.
[최수진] 그럼 알테오젠을 설립 당시 바이오베터 개발 회사로 출발하셨네요.
[박순재] 알테오젠은 바이오 배터 플랫폼 기술로 만든 회사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롱액팅으로 시작했다가 ADC 플랫폼 기술을 만들었고, 돈을 벌어야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이오시밀러까지 확장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과정에서 히알루로니다제 기술로 대박이 난 거죠. 이렇게 되면서 개발 중이던 성장 호르몬, ADC 모두 뒤로 밀렸는데, 히알루로니다아제 단독제품인 ‘테르가제’가 품목허가를 받으면 그동안 밀렸던 프로젝트들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https://www.bio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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